[오피니언]
판문점 북미정상회담, 남북관계개선으로 이어야
통일비칼럼, 오피니언 by 김영윤. 2019. 08. 08
한 편의 드라마였다. 남북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미국의 대통령이 북미관계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것이. 회담을 예비한 복잡한 절차 없이 뜻밖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깜짝 상봉을 가능하게 한 양 정상의 의기투합. 그 속에 숨겨진 정치적인 의도를 차치하더라도 이 번 회담을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6‧30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미는 어디 있을까? 하노이 정상회담(2.28)이 북한에게 안겨다 준 미국에 대한 실망과 좌절을 걷어내고 다시 협상의 출발 선상에 설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의 무산에 따른 대미 불만이 상당했다. 미국과 회담을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의문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번 판문점 회담을 그들의 대미 앙금을 씻어내게 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배려와 결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판문점 정상회담이 있은 다음날 노동신문(7.1)은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상봉요청의사가 세상에 전해진 순간부터 … 격정과 흥분으로 열광하였다”고 하면서 “적대국가로 반목질시해온 두 나라 사이에 전례 없는 신뢰를 창조한 놀라운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담 제의는 북한의 자존심을 곧추세울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준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회담이 「동시행동의 원칙」이라는 비핵화 방식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북한의 입장을 미국이 인지한 가운데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국가간 회담은 누가 제의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자존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이가 좋지 않는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북미관계정상화로 가는 앞으로의 여정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무엇보다도 양 정상이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 이를 말해 준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판문점 회담에서 오랜 적대적 관계의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두 정상의 “훌륭한 관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이런 강력한 관계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더욱 좋은 뉴스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덧 부쳤다. 이를 기반으로 2~3주 내 북‧미간 포괄적 협상을 위한 새로운 진용이 구성된다고 한다. 지난 협상의 경험을 반영,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조심스런 포석을 놓을 공산이 크다. 양 정상의 교차방문도 큰 기대를 모으게 한다.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이 성사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방문은 불문가지다. 여기에서는 양국수교와 교류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북미관계개선선언은 필수적이다. 어쩌면 북미관계가 한‧중, 한‧러 관계와 같이 진행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문재는 남북관계다. 이번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침체된 남북관계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안주할 일은 아니다. 먼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왜 교착상태가 되었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누가 봐도 지난 평창 올림픽을 통해 만들어낸 남북관계와는 천지 차이가 있다. 북한이 토라져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한국 정부가 북한의 입장을 배제한 채, 미국하고만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문점(4‧27) 및 평양선언(9‧17)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합의했으면서도 불구하고 북한이 극렬 반대하는 “동맹 19-1”(한미연합훈련 키 리졸브의 변칭)을 재개했다. 더 결정적인 것은 4‧11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문대통령 언급이다. 문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빛 셀 틈 없는 한미 비핵공조를 약속드린다”고 했다. 북한은 그들이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미국의 제재 일변도의 선 완전한 비핵화에 남한이 아무런 이견 없이 동조하고만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협력을 위한 여러 합의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북한에게는 적잖은 불만이다. “진실로 민족문제의 당사자로서 북남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다면 사대적인 외세추종 정책과 대담하게 결별하여야 하며 북남선언 이행에 적극 달라붙는 것으로 민족 앞에 지닌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데서 북한의 의중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을 기화로 달라진 국제정세흐름에서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남한 정부가 대미, 대북 자세와 정책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심도 깊게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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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