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시즌Ⅱ를 준비하라]
통일패러다임의 혁명적 전환 : 4차 산업시대 북한이 답이다.(2부)
통일비칼럼, 4차산업혁명 by 이상범. 2017. 03. 06
지난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함을 세계에 알렸다. 이렇게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4차 산업혁명에 관해 표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2012년에 나온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에서 영감을 얻고 또한 실제적으로 그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독일에도 경제위기가 닥쳤고 이는 독일로 하여금 제조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중국, 베트남 등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들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과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IT와 접목된 스마트 기술 활용에 대한 요구 또한 독일의 제조업 구조변화의 필요성을 촉진하는 시작점이 되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로 인해 독일은 2011년 1월 ‘인더스트리 4.0’을 발의하고 2013년 최종 보고서*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독일 메르켈 정부는 SAP, 지멘스, 보쉬 등과 같이 알려진 대기업과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중소기업 다수가 참여한 가운데 2012년 3월 제조업 혁신을 위한 ‘하이테크 전략 2020’ 플랫폼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이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와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사물 인터넷(IoT)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생산기기와 생산품)간의 정보수집 및 교환이 가능한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을 구축하게 하였고, 결국 스마트 공장*의 운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2013년 최종 보고서 : 실질적으로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현 독일 제조업의 청사진을 제시한 사람은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안목이 탁월했던 메르켈 총리의 공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히든 챔피온 :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이 펴낸 『히든 챔피언 Hidden Champion』이라는 책에서 비롯된 말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각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3위 또는 소속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업, 매출액이 40억 달러 이하인 기업으로 규정하였다. (출처 : 두산백과)
*가상물리시스템 : 융합연구의 발전으로 새롭게 이목을 끌고 있는 시스템으로, 일반적으로는 다양한 컴퓨터 기능들이 물리세계의 일반적인 사물들과 융합된 형태인 시스템을 의미한다. 기존의 실시간 임베디드시스템(어떤 제품이나 솔루션에 추가로 탑재되어 그 제품 안에서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솔루션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핸드폰 안의 텔레비전 기능이 임베디드시스템이다)이 확장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의료, 항공, 공장, 에너지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모두 포함하는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출처 두산백과)
*스마트 공장 : 다양한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획·설계·생산·유통 등 전 생산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활용하여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생산하는 인공지능형 제조공장을 말함.
스마트 공장의 출현
독일의 세계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스마트공장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 오토바이 제조사로 유명한 할리데이비슨에도 플랫폼을 공급하여 21일 정도 걸리던 소비자맞춤형 오토바이 생산이 6시간 만에 이루어지게 하였다. 할리데이비슨은 과거 오토바이를 생산하고 난 후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튜닝이 가능하도록 하였는데, 스마트공장 플랫폼을 도입한 이후에는 생산 초기에서부터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맞춤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만족도와 충성도가 높아지게 되었으며 이에 상응하는 뚜렷한 매출신장도 달성하게 되었다. 이처럼 SAP는 사용자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그에 맞는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제품 구입비보다는 유지 보수비, 소모품 구입비 등 제품 관련 기타 수익을 내고자 하는 서비타이제이션*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융합을 지향해 나가고 있다.
*서비타이제이션 :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product servitization), 서비스의 상품화(service productization), 그리고 기존 서비스와 신규 서비스의 결합 현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출처 : 매일경제용어사전)
또한 이러한 스마트 공장의 출현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떠났던 제조업을 다시 자국으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리쇼어링’ 현상을 부추기기도 하였다. 독일의 아디다스와 같은 회사는 소비자 맞춤형 신발을 24시간 이내에 전달하는 ‘스피드팩토리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저임금 대량생산 국가에 공장을 세웠던 기존 정책을 바꾸고 다시 자국과 선진국에 공장을 세우는 계획을 실행 중에 있다. 더 이상 가격경쟁력 확보에 기반한 대량생산 방식, 즉 생산원가절감 및 수익성 확보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는 한계에 이르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을 통한 스마트공장 운영으로 온디맨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온디맨드 : 모바일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즉각적으로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 활동. (출처 : 한경경제용어사전)
인공지능(로봇), 플랫폼, 자율주행차
한편, 미국도 로우테크와 하이테크 산업 모두에서 경쟁력 하락으로 발생하는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첨단제조기술 연구에 집중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과 플랫폼을 통한 기업육성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도 ‘일본재흥전략’, ‘과학기술 이노베이션 종합전략’, ‘로봇신전략’의 세 가지의 전략을 통한 국가제조업혁신 및 생산성혁명의 실현을 기본방향으로 제시해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을 선도해가는 선진국들의 경우 Iot, 인공지능, 빅데이터, 센서 등의 중요 기술을 연계한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플랫폼, 로봇 등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호 <통일코리아>에 아직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에 대해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상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세계는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 즉 놀라운 기술개발과 생산혁명으로 인해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 생산이 가능한 시대를 맞이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보다 실질적인 공감을 위해 4차 산업의 핵심적인 요소인 인공지능(로봇), 플랫폼 그리고 자율주행차에 대한 설명을 좀 더 덧붙이고자 한다. 뉴스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부분들을 재설명하는 이유는 단편적인 지식만으로는 ‘우리가 왜 사활을 걸고 4차 산업 위주의 개발에 매진해야 하는지’, 그리고 ‘향후 통일의 시기를 맞게 된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에 대한 방향성을 잃고 우왕좌왕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요즘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로봇)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알파고 덕분에 한국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이란 단어는 1955년 뉴 햄프셔 다트머스 대학의 존 맥카시(John McCarthy)가 지능 연구의 쟁점에 대해 논의하고자 제안한 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그후 활발한 연구가 진행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적인 한계에 부딪히면서 뚜렷한 진보를 이루지 못하였다. 그러나 분산처리* 능력 향상, 병렬처리 방식개발, 반도체 기술개발 등의 ‘컴퓨팅 파워(Computing Power)’와 인터넷과 클라우드와 같은 ‘빅데이터 파워(BigData power)’ 그리고 공유, 개방, 협업 등을 통한 ‘알고리즘 파워(Algorrithm Power)’ 등의 비약적인 과학기술 발전을 토대로 현재와 같은 인공지능의 탄생이 가능하게 되었다.
*분산처리 :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서비스를 구현하는 분산형 기술로 엣지컴퓨팅이 주목받고 있다.
▲ 초기의 인공지능은 강아지와 비슷한 이미지들을 구분하지 못함. 출처 : 구글
인공지능은 크게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나눌 수 있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은 패턴인식과 컴퓨터학습이론 연구로부터 진화하였다. 머신러닝의 알고리즘들은 엄격하게 정해진 정적인 프로그램 명령들을 수행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입력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이나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특정한 모델을 구축하는 방식을 취한다(출처 : 두산백과). 그리고 딥러닝(Deep Learning)은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인공신경망(ANN : Artificial Neural Network)을 기반으로 한 기계학습기술이다.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면 사람이 모든 판단 기준을 정해주지 않아도 컴퓨터가 스스로 인지·추론·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초기의 인공지능의 경우 여러 문제가 표출되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강아지의 이미지를 입력하고 다른 여러 이미지들로부터 강아지를 찾아내라고 했을 때 초기의 인공지능은 강아지와 비슷한 이미지들을 구분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초기 인공지능이 가르치지 않은 형태가 노출되었을 때, 강아지로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강아지와 빵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에 대한 규칙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수많은 규칙을 만들어도 인간 수준만큼 강아지를 구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연구자들은 인공 신경망(ANN : Artificial Neural Network)을 기반으로 한 ‘딥러닝’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간의 시각피질이 어떻게 세상의 패턴을 인식하는지를 모방해서 인간의 뇌를 닮은 알고리즘을 만들어 적용시켰다.
▲ 입력층, 은닉층, 출력층으로 구성된 인공 신경망 (ANN : Artificial Neural Network)
인간의 경우 처리하는 감각정보의 80% 정도는 시각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보는 6Layers(6개 층)*으로 구성된 대뇌시각피질을 통과하며 명암과 윤곽, 색과 음영, 움직임 등의 요소들을 처리함으로 사물이나 정보를 얻게 된다. 그런데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딥러닝의 경우 최소 100개 이상의 층(은닉층, Hidden Layers)을 만들어 이미지를 구분하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강아지를 인식하고 빵과 구별하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인공지능이 인터넷에 있는 이미지와 영상 등의 정보를 단 1초도 쉬지 않고 스스로 학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학습한 딥러닝을 응용해 X-Ray를 판독하게 할 경우 의사가 간과하거나 찾지 못하는 아주 작은 미세한 부분도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넓은 여러 영역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6Layers(6개 층) : 예를 들어 1st Layer에서 색을 구분하면, 4th Layer에서는 형태를 구분하는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딥러닝의 과제인 ‘과적합’(over-fitting)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성곱 신경망’ 또는 ‘컨볼루션 신경망’(CNN, Convolution Neural Network)이라는 것을 도입하였다. 최근에는 동적 데이터와의 호환이 되는 순환 신경망(RNN, Recurrent Neural Network)이 주목받고 있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인 인간만이 언어를 구사해왔지만, 이제는 인공지능도 이미 인간의 언어를 배워 말을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다수의 양로원 및 요양원에 그리고 독거노인을 위해 인공지능 로봇이 말벗이 되어주고 그 분들과 함께 삶을 영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컴퓨터 또는 스마트 폰의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영어에서 독일어로 그리고 독일어에서 영어로 번역을 하면 오류를 거의 발견할 수 없다.* 머지않아 2개 국어 이상을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될 것이다.
*아직 일본어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면 과거와는 달리 번역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최근의 인공지능은 이에 멈추지 않고 사람처럼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데까지 진일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뇌과학과 생명공학 등의 발전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를 정량화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읽고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로봇이 게임에 이기고 있다면, 인간의 경우처럼 도파민이 점차 생성되고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알고리즘을 통해 인공지능도 정량화되고 데이터화된 감정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낯선 사람이 다가오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과거에는 로봇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통해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는 존재로 만들려고 했던 것과 달리 사람의 감정을 같이 공감하고 더 친밀하게 다가가 그들의 삶에 녹아들게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개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직면한 상황에 대한 인간의 생물학적 반응은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다. 아드레날린과 노드아드레날린의 경우를 보아도 ‘분노’의 호르몬이 될 수도 있고 때론 ‘용기’의 호르몬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인공지능의 경우 뇌과학과 생명공학 등과의 융합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두 번째로 플랫폼(Platform)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런데 먼저 플랫폼(Platform)의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플랫폼(Platform)하면 바로 기차역을 연상하게 된다. 물론 잘못된 연상이 아니다. 그러나 기차역만을 연상하는 것은 자칫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일 수 있다. 플랫폼(Platform)은 ‘Plat(구획된, 평평한)’과 ‘form(형태)’의 합성어로 ‘구획된, 평평한 형태’라는 의미이다. 좀 더 추가적인 설명을 한다면, 어떤 기반 또는 목적에 의해서 나누어진 형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인해 각 분야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플랫폼 경제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품 및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래하는 경제활동을 뜻하고, 컴퓨터에서 말하는 플랫폼의 의미는 운영체계 또는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프로세서를 의미하기도 하며, 심지어 연극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플랫폼(Platform)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컴퓨터 시스템의 기본이 되는 특정 프로세서 모델과 하나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운영체계를 말한다(출처 : 산업안전대사전). 삼성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이고, 애플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운영체제는 IOS이다. 둘째는 개인 사용자 또는 기업, 단체간에 관계를 형성하고 비즈니스 또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말한다(출처 : IT용어사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버(Uber)와 같은 차량공유회사 또는 에어비엔비(Airbnb)와 같은 숙박공유회사 그리고 Facebook과 같은 회사가 이에 속한다.
글로벌 의료정보 플랫폼으로 진화해가는 IBM
위의 경우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플랫폼 기업의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지만, 우리가 좀 더 유의 깊게 봐야 할 기업이 있기에 그 기업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그 기업은 다름 아닌 IBM이다. IBM은 ‘글로벌 의료 정보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해 ‘왓슨’이란 의료용 인공지능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의사가 작성한 개인 의료 기록 및 건강 정보 등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정보를 만들어 의료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 및 병원에게 제공하고 있다. 앞서 설명을 한 것처럼 탁월한 판독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은 치료확률이 높은 방법을 제안하고 의사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가천대 길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 5곳이 IBM의 암 치료용 인공지능 솔루션인 왓슨을 들여와 사용 중이고, 놀라운 진단으로 암 환자들의 선택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한 기업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 이유는 인공지능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이다. 삼성의 미래먹거리 사업에 선정된 것 중 하나가 바로 헬스케어사업이다. 헬스케어사업에는 다양한 분야들이 포함되겠지만, 왓슨의 경우를 보면서 시간이 지나 다수 환자들의 정보가 왓슨의 데이터에 이미 저장되고 분석되어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이 과연 어떠한 헬스캐어시스템을 들고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IBM(왓슨)은 이미 다수의 글로벌 의료 및 약품업체와 손을 잡고 상당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며 환자의 상황에 맞는 처방과 치료를 할 수 있는 플랫폼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은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구조이다. 후발주자들이 2차, 3차 산업혁명 때처럼 노력하고 개발하면 그 간격을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예외는 언제나 존재하지만 다른 어떠한 산업혁명시기보다 확률이 매우 낮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얼마 전 1992년 당시 1위였던 일본의 NEC를 추월한 뒤 24년 동안 세계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하며 1위를 고수한 반도체 산업의 공룡 인텔이 세계 반도체 부문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준 일에 대해 주요언론들이 일제히 대서특필 하고,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강세가 이어질 것임을 예측하며 삼성전자에 찬사를 보낸 일들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며 축배를 들기보다는 우리는 놀라운 경제적 성과물의 이면을 보아야 할 것이다.
▲ 구글 자율주행자동차. 출처 : 구글
언론들은 앞다투어 모바일 시장과 D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급증과 이에 따른 가격 강세가 놀라운 삼성전자 실적의 견인차역할을 하였음을 말하였다. 즉, 삼성전자 매출액의 상당부분이 4차 산업과 연관된 기업을 통해 얻은 결과물임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더불어 주요언론 매체들이 예측한 삼성전자의 장밋빛 청사진 또한 4차 산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반도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준 인텔의 경우도 이미 반도체 시장변화를 인식하고 사상최대 규모인 1만5천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기사와 최근 이스라엘 자율주행차 전문업체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에 인수한 것은 삼성의 찬사에 묻혀 보이지도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눈에 보이는 실적만을 보며, 세계 반도체 산업의 1위가 바뀐 사건에 대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막 내린 인텔 시대’라고 기사화한 것을 보고 삼성의 실적에 감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4차 산업혁명이 가까운 미래에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아닌 시스템 반도체 기업 주도로 성장할 전망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 설명할 것은 자율주행차이다. 자율주행차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다가올 또 다른 기술혁신의 영역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한때 부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소형 컴퓨터기능까지 담당하는 생활용품이 된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도 이제 더 이상 부의 상징이 아니라 사람을 태우고 움직이는 컴퓨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달리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차량과 도로, 차량과 차량, 차량과 네트워크, 그리고 보행자의 이동정보감지 등이 유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극도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과 첨단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그리고 자율주행차의 경우 다수의 센서장비, GPS 장비, 중앙컴퓨터, 라이다*, 비디오카메라와 같은 컴퓨터 비전 기술 등으로 주변 환경을 감지하며, 입력되지 않은 환경과 상황을 직면해서도 경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ICT 기술과의 융·복합이 선행된 첨단 도로인프라 또한 갖추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도로 위에 있는 모든 사물과 사람이 유기적인 관계 속에 있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단순하게 자율주행차를 스스로 움직이는 차 정도로 한정하여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항공 및 지상의 레이저 측량을 일컫는다. 완전 자동처리가 가능하며, 처리속도가 빠르고, 능동적 센서로 어느 정도 날씨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지상기준점측량이 어려운 해안, 습지 측량과 그림자에 의해 방해받는 산림, 도심지역의 수치표고자료 제작에 유리하다. (출처 지형 공간정보체계 용어사전)
4차 산업과 통일 준비
이처럼 머지 않아 인공지능과 플랫폼, 자율주행차가 일상이 되기 시작할 때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 것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그저 막연하고 추상적인 인식 선에서 멈춰 있는 것 같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책과 향후 통일을 맞이했을 시기를 서로 연관지어 살펴볼 때, 여전히 북한 경제개발 정책 비전이 그저 값싼 북한 노동력과 풍부한 광물자원 정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도 나름대로 4차 산업의 육성과 이와 관련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또한 ‘한반도 통일’을 위한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축’이라는 거시적인 정책 비전 아래 외교·안보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4차 산업과 통일 한반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관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고민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기존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신규로 4차 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기존 기반 시설에 막대한 추가비용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거나 거의 제거하고 완전히 새로 건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북한의 경우는 현재 제거해야 할 기초 인프라 시설조차 낙후되고 미비한 상태이므로 거의 백지 상태에서 새로 산업기반을 재건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축의 실질적인 실천방안으로써 북한에 4차 산업을 집중육성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전문적인 용어로 규정한다면 바로 ‘스마트 시티*(Smart City)’의 건설이다. 이를 통해 기존시설 제거 비용 및 시간을 효율적으로 줄이면서 침체된 북한 경제를 개발함으로써 비록 한반도가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4차 산업 개발의 시작은 늦었다손치더라도 충분히 추격 가속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모든 도로를 GPS로 다시 정밀측정하고 레이저로 스캔한 3D지도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반을 전제로 한 도로인프라를 건설한다면 비용절감과 더불어 안정적인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스마트 시티 : 미래학자들이 예측한 21세기의 새로운 도시 유형으로서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도시 구성원들간 네트워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교통망이 거미줄처럼 효율적으로 짜여진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 시티는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을 위한 기반시설이 인간의 신경망처럼 도시 구석구석까지 연결돼 있다. 따라서,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텔레워킹(teleworking)이 일반화될 것이다. (출처 : 매일경제)
그리고 4차 산업 육성에 기반한 북한 재건을 통해 북한 지역경제의 성장을 이루어 가면서 이러한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다시 남한 지역에 접목시키고 재투자를 한다면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서로 윈-윈(Win-Win)할 뿐만 아니라 ‘통일 한반도’가 완전한 형태의 ‘통합’으로 이를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견이지만 필자는 앞으로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잘 준비하지도 대처하지도 못한다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다른 나라와 같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단계에서 성장동력 부족으로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거나 중진국에 머무르는 현상을 이름 (출처 : 시사상식사전)
앞서 말했듯,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 있어서 후발주자나 다름이 없다. 선발주자들을 따라잡는 길이 요원하지만, ‘통일 한반도’를 이룬다면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에만 매몰되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조금 더 사고의 틀을 확장시켜서 통일한반도와 4차 산업을 연결하고, 경제공동체 구축의 일환으로써 먼저 북한 지역을 4차 산업혁명의 전초기지로 삼으면서 남북한의 기술, 인력 모두를 4차 산업 인재로 육성해 낼 수 있다면, 비로소 우리는 세계 속에 당당한 경제강국임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기반 사회 패러다임을 창조해내는 문화강국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북핵문제로 ‘코리아 패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이 시기에 남북한이 공존하고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우리 스스로가 찾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통일한반도’와 ‘4차 산업혁명’을 개별적 개념으로 막연히 인지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분명한 연결고리 속에서 구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실천 전략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