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시즌Ⅱ를 준비하라]
변화의 소용돌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는?(1부)
통일비칼럼, 4차산업혁명 by 이상범, 이인애. 2017. 01. 05
2016 다보스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라는 핵심주제로 개최되었다.그리고 이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라고 말을 하며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세계에 알렸다.
이 연설이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017년이 된 지금, “4차 산업혁명이 당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전히 클라우스 슈밥 회장의 말이 와닿을 수 있을까? 물론 관련 직업군이거나 또는 관심이 있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답변을 할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은 “아직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느끼고 있지는 않다”라고 답변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렇다면 최근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뉴스가 주류를 이루고 대중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아직도 그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지난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평가내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 이용 가능성 조사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전체 평균(5.9점) 에도 미치지 못했다. 핀란드, 미국,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등 구미 선진국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영국, 홍콩, 노르웨이, 덴마크, 뉴질랜드 등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우리와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은 6.2점을 받아 12위를, 대만은 16위를 각각 기록했다. 또한 이후에 스위스 최대 은행인 유니언뱅크(UBS)가 발표한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적응 준비 순위’*에서 조사대상 139개국 중 한국은 25위를 기록하였다. 이처럼 현재 대한민국은 과거 제조업에 기반한 수공업 및 대량생산 시대(2차 산업)와 정보화산업시대(3차 산업)를 주도하며 선점했던 것과 달리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사실상 뒤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정보기술(IT) 강국이라 자부하며 반도체, 스마트폰 등과 같은 첨단 기술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자평하였던 우리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 이를 위해 먼저 1차부터 4차 산업까지 전반에 대해 설명한 후에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가야 하는지를 1부 및 2부 연재형식으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적응 준비 순위 : UBS는 5개 요소(기술 수준,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SOC), 법적 보호,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가중 평균해 점수를 산출했다. 한국은 기술 수준(23위), 교육시스템(19위), SOC(20위) 등에서 노동시장 유연성(83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렇게 아직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명확한 정책도, 대비도 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은 설상가상으로 머지않은 때에 통일된 한반도 상황까지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 예측할 수 없는 북한 및 동북아정세에서 통일이라는 상황도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듯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듯이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저임금 노동력이 남한의 기술 자본력과 결합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높여서 통일한반도시대와 4차 산업혁명시대까지도 극복하며 선도해 나갈 수 있을까? 필자는 이러한 관점은 임기응변식의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보는지는 이후 살펴볼 과거 산업혁명의 과정마다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다룰 때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2번에 거쳐서 연재할 내용에는 1차~4차 산업에 대한 전반적 설명 및 전개과정과 문제점들을 다루고 4차 산업혁명시대뿐 아니라 통일시대까지도 살아가야 할 우리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가야 하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1차 산업혁명의 암과 명
제1차 산업혁명에 있어서 핵심키워드는 증기기관(Steam Engine)이라 할 수 있다. 증기기관은 17세기 무렵 연료가 목탄에서 석탄으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탄광의 갱도가 깊어짐에 따라 통풍과 지하수의 배수 문제를 해결하고자 탄광용 펌프로 사용될 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18세기 말에는 증기기관을 이용한 제분소, 제련소, 방적공장 등에 활용되었고, 19세기에는 운송수단에까지 적용되어 증기기관차가 탄생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증기기관의 발명은 산업화와 교통수단에 있어서 핵심동력을 제공하게 되면서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며 대량생산체계로 전환되는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러한 증기기관의 발명은 대량 생산으로 인한 삶의 풍요를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현실은 기대하던 것과는 다르게 전개되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을 2가지로 말한다면, 노동력 착취*와 실업문제였다.
* 착취 : 착취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인류사를 보면 어느 시대나 사회에 계급이 존재하였고, 생산 수단(토지, 자원, 기술 등)을 소유한 사람이 직접 생산자(계급의 하층 또는 노동자)로부터 그 노동의 성과를 무상 또는 작은 보상을 주고 취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기계에 의한 생산은 숙련이 되지 않은 어린이들도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많은 수의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대신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공장주들은 돈을 벌고자 공장으로 온 어린이들을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어른에 상응하는 근로시간을 할당하며 저임금을 강요하였다. 이러한 아동노동 착취에 대해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는 장편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를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계층 불평등과 산업화의 폐해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을 통한 생산단가의 하락을 유도하였다. 이는 수공업적 숙련노동이 주를 이루던 노동시장의 임금과 고용을 낮추게 되어 결국 면직물 공업과 제철 공업 등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어가게 되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생계위기는 영국 중부·북부공장 지역을 중심으로 기계파괴운동인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일어나는 단초를 제공했다. 노동자들은 실업과 소득감소의 원인을 기계의 문제로 보고 공장의 기계들을 파괴하였다. 이 기계파괴운동은 정부의 진압과 문제가 기계가 아닌 생산수단의 소유자인 자본가에 있다는 노동자들의 자각으로 인해 점차 가라앉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계파괴운동은 1799년에 제정된 노동조합과 단체행동을 금지한다는 단결금지법(Combination Act) 법령을 1824년에 폐지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노동조합은 자본가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또한 영국정부는 의료, 교육, 실업문제 등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을 공론화하여 의무교육과 같은 정책을 확립하기도 했다.
2차 산업혁명과 인간성 상실
제2차 산업혁명은 1870년 전기동력을 이용한 생산 조립라인의 출현과 자동차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시기이다. 전기는 1차 산업혁명시대의 스팀엔진과는 달리 산업전반에 걸쳐 본격적인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게 하였다. 특히 1913년 말에 포드(Ford)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Conveyor Belt Syste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소개함으로 대량생산의 혁신을 몰고 왔다. 이러한 생산시스템의 혁신으로 말미암아 포드는 노동자의 작업속도를 컨베이어 벨트의 이동 속도에 맞추어 자동차 한 대를 조립하는 시간을 5시간 50분에서 1시간 33분으로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비용절감과 더불어 생산성의 향상을 도모하였다. 이러한 산업지형의 변화는 자동차의 대중화를 촉진시킴과 더불어 사회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자, 화학, 철강, 기계 산업 등과 같은 중화학공업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짐에 따라 대량생산과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었다. 이처럼 제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석유라는 주에너지원을 통해 인류에게 풍요함을 선사하였지만, 그 풍요함에 빠져 거대한 공장의 기계 부품화로 전락함으로써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모습은 모던 타임즈*의 주인공 찰리가 잘 보여주고 있다.
* 모던 타임즈 :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이 감독, 각본, 제작, 주연한 코미디 영화로 1936년에 상영됐다.
3차 산업혁명과 개인주의의 확산
제3차 산업혁명은 ‘메인프레임’(mainframe)이라고 불린 대형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는 군대에서 빠르게 포탄의 탄도를 계산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었다. 현 컴퓨터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에니악*(ENIAC : 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alculator) 컴퓨터도 이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 생성기로 만든 암호문을 풀기 위해 콜로서스라는 암호해독용 컴퓨터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컴퓨터의 주된 용도가 군사목적이었지만, 후에는 기업, 은행, 연구소 등의 전산실에 설치되어 다양한 분야로 적용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과 커다란 몸체는 일반화시킬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 이하 PC)가 개발된 이후에 인류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이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빌 게이츠(Bill Gates)이다. PC는 이후 인터넷과의 결합으로 과거와는 달리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정보의 수평적인 공유가 가능해지게 되어 정보화 시대의 문을 여는 첨병 역할을 하였다.
* 에니악(ENIAC) : 1946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모클리(J.W Mauchil)와 에커트(J.P Eckert) 교수에 의해 발명된 최초의 대형 전자식 디지털 컴퓨터이다.
컴퓨터 개발목적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또한 군사적인 목적에 의해 탄생되었다. 1969년 미국 국방성 산하 고등연구계획국(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이 미국에 분산되어 있는 4개 대학교 및 연구기관의 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한 아르파넷(ARPANET)이 인터넷의 기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여 기관이 많아지고 다양한 용도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1983년 아르파넷은 군용의 밀넷(MILNET, Military Network)과 분리되고 민간용으로 전환되어 현재의 인터넷 환경의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산업분야에 적용된 컴퓨터는 운영체계 및 소프트웨어의 개발로 인해 생산의 자동화(Electronic Automation)를 이루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업의 품질경영시스템을 구축하여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더욱이 전자기기의 소형화와 스마트폰의 등장은 인류에게 아날로그 시대의 종말과 동시에 디지털 시대를 선포한 계기가 되었다.
제3차 산업혁명은 포스트모더니즘과 자유주의 문화와 더불어 확산되며 인류에게 다른 형태의 삶을 제시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도서관, 학교, 국가기관 등 소수가 독점했던 정보에서 벗어나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공간(지역)과 시간을 뛰어넘어 쉽게 공유함으로써 ‘다름과 차이’를 인식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는 기존의 정해진 질서와 답을 거부하며 세상을 인식하는 절대적인 관점을 상대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기초학문 및 반도체 기술 등에서 ‘신(神)’만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던 영역에서 새로운 물질세계의 원리를 발견하고 증명하며 때로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사람들을 개인 중심의 생활로 변화시켰다. 한국에 국한된 예를 들자면, 과거 가족이 모여 음식을 시켜먹을 때 함께 모여 자장면을 먹을 것인지 짬뽕을 먹을 것인지, 아니면 아빠 또는 엄마와 다른 것을 시켜 나누어 먹을 것인지를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방에서 스마트폰의 앱(App)을 통해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하고, 배달이 오면 부모는 자녀가 무엇을 시켰는지도 모르고 값을 치르고 자녀는 즉시 방에 들어가 음식을 먹는 단순하고 편리하지만, 가족이라는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
4차 산업혁명과 인류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세계경제포럼(WEF)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 혁명’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설명보다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빅데이터, 플랫폼, 무인자동차, 3D프린팅 등이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이다.’라는 말이 4차 산업혁명을 대하는 우리에게 좀 더 쉽게 와닿을 것이라 생각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은 상품을 만들어 팔기만 하면 되었다. 그래서 선진기술과 안정된 유통망 확보가 기업의 중요한 정책이었다. 그런데 4차 산업시대에는 제조업과 사물인터넷(IoT) 및 빅데이터를 결합하여 어떻게 혁신적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하는가에 기업의 승패가 갈리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상품만을 파는 시대가 아니라 상품을 제공 또는 판매하고 그 상품에 대한 데이터 수집 및 관리를 통한 새로운 수익창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품의 가격은 낮아지고 서비스를 이용한 수익창출구조로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것은 인공지능로봇이다. 인공지능로봇은 제1차 산업혁명 때처럼 앞으로 인류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와의 대국 이후 사람들은 인공지능로봇이 모든 영역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두려움과 함께 인류에게 또 다른 풍요와 편리함을 줄 것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을 펼치며 그 결과가 과연 현실사회에 어떻게 나타게 될 것인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로 인한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하는 것은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7년 말 또는 2018년이 되면, 우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공존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며, 모든 인공지능로봇에 킬 스위치*(Kill Switch)의 전면 시행을 법령으로 제정하는 부분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 킬 스위치(Kill Switch) :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움직일 때 순간적으로 인공지능로봇의 기능을 멈추게 하는 제동장치
우리와 가까운 일본은 세계적인 로봇강국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로봇을 호텔프런트, 놀이동산, 음식점, 매표소 등 곳곳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대신 인공지능로봇을 사업체에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이들 업체들은 “효율성과 인건비 절약 그리고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오랜 만에 방문한 고객의 얼굴을 바로 인식하고 이름을 호명하며, 그때 무엇을 먹고 마셨는지, 또한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하고 친근하게 맞아주는 로봇은 삭막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고객들에게 뜻밖의 정감과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인공지능로봇을 둔 매장은 상당한 매출상승효과를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지금의 호기심과 효율성에 대한 반응이 가까운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는 자명한 일이 아닐까. 우리는 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에 남은 ‘희망’에 대해 기대를 하곤 한다. 그러나 엘론 머스크가 “인공지능 연구는 우리가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것처럼, 인공지능로봇시대를 향해 가는 인류에게는 어쩌면 판도라 상자에 남은 희망마저 사라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각 산업혁명시대가 인간의 삶에 필요한 일에 대해 해방을 선포하며 풍요로운 삶을 제시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일련의 산업혁명시대를 거치면서 내심 풍요와 쉼을 기대했던 유토피아적인 삶과는 다르게 인류는 심각한 인간성 상실의 경험과 더불어, 개개인의 편리한 삶으로 인해 오히려 공동체적 사고가 필요한지조차 의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더욱이 현 시대에 도래한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예상하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어떠한 산업혁명시기보다도 빠르게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한국산업구조가 아직 2차, 3차 산업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심각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이러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민·관·학 차원에서 통합적인 관리와 정책이 필요하다.
필자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충분한 기술력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4차 산업혁명의 정의에 대한 언급에서 보듯이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고 기술과 학문의 경계를 넘어 융합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ICT) :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IT)과 통신기술(Communication Technology, CT)의 합성어로 정보기기의 하드웨어 및 이들 기기의 운영 및 정보 관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과 이들 기술을 이용하여 정보를 수집, 생산, 가공, 보존, 전달, 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의미한다. [출처: 지형 공간정보체계 용어사전]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키워드인 ‘융합’ 그리고 ‘통섭’을 전제로 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력을 선진국과 비교해 본다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게 된다. 그 이유는 예술, 인문학, 공학기술, 비즈니스 등 다양한 학문이 어우러져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 한국의 전통적인 전수교육 시스템과 기초학문에 대한 경시 풍조,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기업 내의 수직적 조직문화 등이 방해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야 할 인재들이 더욱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는데도 한계가 존재하게 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은 한 개인이나 국가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쳐서 경제구조가 유연하고 불필요한 규제가 없는 국가일수록 큰 이익을 얻으면서 선진국과 개도국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처럼 정·재계에 만연한 신자유주의* 사고의 틀 속에서 과거와 같은 미봉책적인 정책만을 펴나간다면 한국이라는 국가공동체는 정치·경제적으로 큰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즉, 한국이 노동유연성을 갖추기 위한 재교육이 없이, 급속한 정리해고나 성장제일주의원칙을 고수하며 무턱대고 사업장 내 인공지능로봇을 배치하는 것만이 효율적이고 필수적인 해답이라고 사고하게 된다면 말이다.
*신자유주의 : 신자유주의 이론은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불허하고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노동자 해고, 기업의 폐업 등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 자유시장, 재산권 등을 중시하는 정책을 주장한다.
우리는 5월에 있었던 대선후보들의 4차 산업에 대한 공약들을 보았다. 후보들은 상당한 규모의 국민세금을 사업에 투자하면서 정부주도 또는 기업주도의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필자는 후보들의 공약을 보고 실망감이 앞섰다. 그것은 후보들이 앞서 과거에 있었던 산업혁명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지 않은 정책과, 뒤쳐진 한국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안이 없는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 또한 전문가가 아니기에 이러한 사견을 내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런 일인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반면에 이렇게 전문가가 아님에도 허점을 볼 수 있는 실망스런 상황에서 나라의 정·재계를 이끌어가는 전문가라면 좀 더 분명하게 후보들의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4차 산업혁명시대의 대안이 단지 돈을 투자하고 조기코딩교육과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라는 공약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정책적인 의제를 던지면서 후보들에게 좀 더 명확한 공약을 낼 수 있도록 조언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호에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선진국의 4차 산업을 조명하고, 인공지능로봇과 플랫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산업전반에 중요한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또한 이런 급변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특히 통일한반도 상황까지도 도래할 수 있음을 함께 고려해볼 때,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